[인터뷰] 박경희 변호사 "객관적인 실명확인 계좌 발급 기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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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맡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디라이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경희 변호사입니다. 현재 법인 내에서 조원희 대표변호사님과 함께 블록체인 프랙티스 그룹(Practice Group) 공동 그룹장과 모빌리티 프랙티스 그룹의 그룹장을 맡고 있습니다. 주로 IT 기반 기업들에 대한 기업자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그간 기업들의 블록체인·가상자산에 대한 법률 수요 변화는 어떻습니까?
2017년부터 2019년 초반까지는 해외법인을 설립해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법률자문이 많았습니다. 주로 해외법인 설립, 외국환거래 신고, 백서 검토를 통한 프로젝트 구조 자문 및 비증권의견서 작성에 대한 업무를 많이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하락하고, 다수의 가상자산 발행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신규 가상자산 발행 프로젝트 숫자가 줄어들었고, 이에 관한 자문도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이후에도 기존에 발행된 가상자산의 상장을 위한 비증권 의견서 작성 자문은 꾸준히 유지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보다 기존 가상자산 발행 프로젝트와 관련된 분쟁에 대한 업무가 많아졌습니다. 프로젝트팀 멤버간의 분쟁, 가상자산 구매자의 발행자 및 중간 판매자 대상 민·형사 소송, 거래소 운영 중단 관련 자문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상거래에서 가상자산을 결제수단으로 하는 경우의 법적 이슈, 가상자산 대여, 위탁 운영과 같은 가상자산의 활용방안 또는 디파이(DeFi) 관련 자문이 늘고 있습니다.
Q. 개정 특금법이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법률 전문가 입장에서 개정 특금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관련 국제기구인 FAFT에서 2019년 6월 가상자산 관련 주석서(Interpretive Note) 및 지침서(Guidance)를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FATF가 제시한 가상자산 관련 규제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특정금융거래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관련 입법을 했습니다.
이미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해 수많은 가상자산이 발행·거래되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는 공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거나 법제화를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부가 2017년 말부터 직접적인 규제 법령 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통한 자금 모집을 금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새로운 사회 현상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번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이 법 제도의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한 걸음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특금법의 입법목적 자체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에 있다 보니, 가상자산사업자의 일반적인 지배구조, 업무 기준 등까지 다룰 수 없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동안 가상자산사업자의 업무가 기존 금융회사 등의 업무와 유사한 점이 많았음에도 아무런 인허가 조건 없이 다수의 중소형 거래소가 설립 운영되면서 펌핑, 해킹 등 이용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번 특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추게 하고, 예치금과 고유재산 분리, 고객별 거래내역 분리 관리 등 기초적인 시스템 및 운영기준을 수립하게 한 점은 이용자들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시스템, 운영 기준도 충족하기 어려운 소규모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업계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특금법이 향후 보완·개선돼야 할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특금법 개정안 이전에도 가상자산사업자들, 특히 거래소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일부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점입니다. 이번 특금법 개정안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수리 거부 사유 중 하나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다만 사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개시할 수 있는 요건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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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가상자산사업자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개시하려는 금융회사에게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등 관련 절차 및 업무지침을 확인해,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금융거래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 등의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 등이 소극적으로 실명확인 계정 서비스 개설에 임한다면 자금세탁행위 등의 위험 분석, 평가 과정이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특금법 개정안 이전에도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로 인해 자신들의 자금세탁방지 관련 주의의무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해 거래를 꺼렸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정부에서 좀 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해 금융회사 등이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도록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에도 세금이 매겨지게 됐는데요. 가상자산 과세가 시기와 내용 면에서 적절히 이뤄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7월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해 2021년 10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과세하기로 했습니다. 또 (1) 거주자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간 손익을 통산해 소득금액을 계산하되, 연간 25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고, 초과분에 대해서 20% 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했습니다. (2)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경우에는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고, 가상자산사업자가 양도가액의 10% 또는 양도차익의 20% 중 큰 금액을 원천징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도 소득이 발생할 경우 세금이 부과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세율 20%도 무난한 수준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250만원으로 책정된 비과세 한도는 기획재정부가 2023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금융투자소득 비과세 한도 5,000만원의 5%에 불과하고, 손익통산기간도 1년으로, 금융투자소득이 5년인 것에 비해 20%에 불과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한 반론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22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과세되는데,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를 해야 하는 거래소가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Q. 지난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 디파이(DeFi) 등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관심이 있는 이슈가 있다면?
디파이 분야는 국내법상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범위가 있고, 실제 다수의 사업자가 새로운 시도를 구상 및 실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계약을 좀 더 정교하게 작성해 운영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발하지 않으나, 페이스북 (NASDAQ:FB) 리브라로 인해 관심이 증가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활용에 대해서도 금융 서비스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생활의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블록체인, 가상자산 산업은 이제 어느 정도 초기 혼란기를 벗어나 제도권 편입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정부 기조가 그렇게 우호적이지는 않으나 블록체인 기술이 갖는 투명성, 불변성 등의 장점이 활용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함께 자산으로서의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더 대중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희 디라이트는 산업의 프론티어(Frontier)에서 의뢰인들을 돕고, 사회 변화를 위해 공유가치(Shared Value)를 함께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많은 분들의 아이디어와 시도에 저희 디라이트가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OBDIA 매거진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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