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효과에도…환율은 상승 출발 왜?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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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선언문에 담긴 문구다. 왕윤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이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최초로 등장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이례적이고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40전 오른 1271원5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한·미 정상회담 효과에도 원화 가치는 떨어진 것(환율 상승)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국발(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장중 2% 이상 내렸다. '위험 자산'인 주식이 약세를 보이면 '안전 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와 같은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
여기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금리가 3.5%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다른 동료들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많이 통제할 수 있으면 2023년과 2024년에는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긴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지난 22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지금 우리가 심각한 글로벌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디스 위원장은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사회자 질문에 "항상 그런 위험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글로벌 상황을 볼 때 미국이 있는 위치에 대해 매우 좋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최근의 환율 상황은 '달러 강세'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경향이 크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위기가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세계 경제가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위기 당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통화당국 관계자들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현재 한국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한·미 정상이 외환시장을 두고 긴밀한 협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상 간 합의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굉장히 이례적인 합의"라며 "정상 간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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