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크립토] 거래소+결제+디파이…크립토닷컴이 ‘왕의 귀환’을 꿈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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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혁신은 결제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왔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 돈이 몰리면서 암호화폐 기반 자산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고,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이자농사는 암호화폐를 금융의 영역 언저리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시가총액 20위권 안에서 살아남은 레이어1 블록체인들은 모두 이런 시류에 잘 올라타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크립토닷컴(CRO)은 이런 성공 공식에 올라타지 않고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견고한 가격 방어력을 보여줬던 독특한 코인이다. 일찍부터 크립토 결제 쪽으로 방향을 잡는 바람에 다른 블록체인들에 비해 진도가 늦었지만 지난 11월에는 디파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장착하며 20여일 만에 가격이 4배 오르는 등 기록적인 상승을 이끌어냈다.
다소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그런 행보가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어찌됐건 이들은 현재 암호화폐 결제, 거래소, 자체 토큰, 독자적인 체인, 디파이 등을 고루 탑재하고 있는 몇 안되는 레이어1 블록체인이기 때문이다.
━15년 경력의 결제 솔루션 장인들…크립토로 뭉치다
이런 전개가 가능했던 이유는 팀 맴버들이 결제 시스템 관련 화려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 마자렉(Kris Marszalek) CEO와 라파엘 멜로(Rafael Melo) CFO는 엔소고(ENSOGO)라는 결제 솔루션 기업을 호주 증권 거래소(ASX)에 상장시켰으며, 15년에 걸쳐 동아시아의 다양한 국가에서 결제 사업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다.
이런 배경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크립토닷컴은 지난 2017년 5월 ICO를 통해 한 달간 2억 6,000만 달러(약 3,000억 원)을 모금했다. 그해 모금액의 상위 10위 안에 드는 성적이었다.
이들은 비자카드와의 제휴를 소재로 홍보하면서 암호화폐 직불 카드인 크립토카드의 발급 신청도 적극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2018년 폭락장이 시작되면서 암호화폐 결제의 매력이 급감했고, 설상가상으로 크립토카드 서비스까지 차질을 빚으며 한 때 ‘스캠 프로젝트’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스캠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꾸준히 사업을 진척시켰다. 탄탄한 인맥과 ICO, 투자로 모은 자본력이 토대가 됐다. 2018년에는 크립토닷컴으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결제 환경 개선을 위해 메인넷에서 활용할 CRO 토큰을 추가로 발행했다. 2019년 중순에는 자회사인 Foris Asia Pte가 비자 프로그램 매니저로 승인을 받으면서 드디어 비자 암호화폐 직불 카드를 출시했다.
2019년 말부터는 크립토닷컴 거래소를 열고 사업을 확장했다. CRO 보유자에게는 토큰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신디케이트(The Syndicate)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반 사용자를 꾸준히 늘려가는 한편 스포츠 마케팅에도 열을 올렸다. 프랑스 축구구단 파리 생제르맹(Paris Saint-Germain), F1, e-sports 프로 팀 프나틱(Fnatic), NBA 구단 세븐티식서스(76ers)등이 현재 크립토닷컴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크로노스(Cronos)라는 이름의 사이드체인을 출시하고, 7억 달러(한화 약 8,300억원)를 내고 NBA LA 레이커스의 홈 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의 이름을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바꿨다. 암호화폐와 접점이 없는 대중에게 크립토닷컴을 각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크립토닷컴 어플은 지난 11월 2일 코인베이스(Coinbase (NASDAQ:COIN)), 틱톡(TikTok)을 제치고 미국 플레이스토어 인기앱 1위에 올랐다.
━20일만에 4배 오른 토큰 가격…이유는 ‘크로노스’ 최근 기록적인 가격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사실 크립토닷컴이 crypto.org이라는 이름의 메인넷을 출시하던 올해 3월만 해도 시장 분위기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crypto.org 체인은 코스모스 SDK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네트워크 수수료로 CRO를 사용했다. 이들이 자체 메인넷을 만든 이유는 여러가지였는데, 우선 완벽한 온체인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는 저렴한 수수료의 자체 체인이 필요했다. 메인넷에서 USD코인(USDC)을 발행하여 테라(Terra)와 같이 결제 시스템과 디파이 연계 상품을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요소 하나를 빼먹은 게 문제였다. 성공적인 디파이 런칭을 위해서는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호환성을 갖추는 게 필수라는 게 이미 시장에서 검증됐음에도 설계 단계에서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다른 디파이 제품들을 crypto.org 메인넷으로 이주 시키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크립토닷컴 팀은 이미 만들어진 crypto.org 체인을 포기하기보다 새로운 사이드체인을 만들어 확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택했다. 사이드체인인 크로노스가 11월에 부랴부랴 출시됐던 이유다.
크로노스는 crypto.org의 사이드 체인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일한 개발 킷인 코스모스 SDK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EVM 호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제품들을 손쉽게 이식할 수 있다. 또한 코스모스 계열 지갑만이 사용 가능한 crypto.org와는 다르게 메타마스크와 같은 범용적인 지갑들을 네트워크 추가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크립토닷컴 디파이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상당히 기여한다.
━거래소, 결제 시스템, 디파이의 결합…새로운 성공공식 만들까 크립토닷컴은 코스모스 SDK로 거래소와 연계한 체인을 만들었다가 이후 EVM 호환성 체인을 추가로 만드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거 어디선가 본 기분이 들지 않는가. 에서 다뤘던 바이낸스 스마트체인(BSC)이 이와 똑같은 해프닝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크립토닷컴을 단순히 바이낸스의 후발주자로 낮춰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들에게는 바이낸스와는 차별화되는,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체인을 거의 활용하고있지 않으며 BSC에만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크립토닷컴의 경우 crypto.org는 여전히 결제 시스템의 메인 체인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크로노스를 사이드체인으로 다양한 디앱을 지원하여 결제 시스템과 디파이를 연계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신규 사용자 유입에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FTX와도 유사하지만, 암호화폐에 익숙치 않은 유저에게 다양한 프로모션과 캐시백을 활용한 암호화폐 카드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판을 깔아둔 것 또한 크립토닷컴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결제 시스템 관련 사업을 오랜 기간 해온 크립토닷컴 팀이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잘 구축한 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더리움 호환성이 있는 체인을 만들었다는 점은 사실상 이들이 디파이가 하나의 성공 공식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는 셈이다.
이들은 선제적으로 크립토닷컴 거래소를 활용해 NFT와 메타버스 관련 아이템을 시의적절하게 홍보하고 있다. 차후에는 이를 FTX의 솔라나처럼 크로노스를 활용한 온체인 환경으로 충분히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는 다양한 제품을 크로노스상에 온보딩 하는 것이다. 유저들이 사용할만한 제품이 없는 체인은 속 빈 강정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더리움과의 높은 호환성을 통해 이더리움 기반 유명 디파이 제품들을 얹는 식으로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로노스는 VVS 파이낸스라는 디파이 허브를 출시하여 자동화된 시장 메이커(AMM) 방식의 탈중앙화거래소(DEX)로 활용되고 있으며 조만간 IGO(Initial Gem Offering)라는 런치패드 서비스를 통해 크로노스 네이티브 디앱들을 유저들에게 공개하고 초기 세일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기고자 소개: 블리츠 랩스(Blitz Labs)는 글로벌 블록체인 팀들의 한국 /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블록체인 어드바이저리 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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