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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비정상적"…북한의 돈 가치는 왜 폭등했을까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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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대단히 비정상적"…북한의 돈 가치는 왜 폭등했을까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사진=뉴스1 북한의 통화가치가 지난 2년 사이 50%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대외 무역이 급감하는 등 북한 경제의 고립이 심해지는데도 환율은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5일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최근 5년(2017~2021)의 북한경제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북한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8~12월 4000원대였다. 이는 6000원대였던 지난 2020년 11월 이후보다 30% 하락한 것이다. 북한 원·달러 환율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2020년 3분기(8000원대)와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환율이 50% 급락했다. 그만큼 북한의 통화 가치가 뛰었다는 의미다.

통상 경기 위축과 대외 교역 급감 등이 이어지면 달러 대비 통화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환율 상승). 하지만 북한은 정반대였다. 보고서는 "북한의 시장환율은 2020년 4분기 이후 국제시장과 상당히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며 "일반적으로 경제위기에 봉착한 나라의 환율은 급등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북한 원화의 환율이 이와 달리 급락한 데는 북한 내부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원·달러 환율이 급락(가치 상승)한 이유로는 북한 원화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지만, 외화 수요는 급감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이 시기에 북한은 국경봉쇄로 수입이 급감해 외화 수요가 크게 감소했을 것"이라며 "북한 당국도 적극적인 외화 사용 억제 조치를 실시해 이들 요인으로 인해 북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가치 역시 국제 시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위안·달러 환율은 북한 시장에서도 국제 시세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10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며 국제 시세와 크게 괴리되고 변동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6월 기준 국제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70위안인데 북한 시장에서는 달러당 9.05위안을 기록했다. 북한에서 위안화가 국제 시장보다 26% 더 낮게 평가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북한 시장에서 달러에 비해 위안화의 약세가 부각된 이유는 가치 저장용으로 선호되는 달러화에 비해 일상 거래의 교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위안화의 수요가 국경봉쇄 여파로 보다 뚜렷하게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북한 경제의 대외무역은 1950년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북한의 대외무역(남북한 간 거래 제외)은 제재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2016년 65억달러에서 2018~2019년 중 30억달러로 줄었다. 지난 2020~2021년 국경 봉쇄에 따라 7~9억달러로 축소됐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액(7억1000만달러)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실질화하면 1955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90%를 넘어섰다. 구소련이 해체된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은 중국, 일본, 한국 등과 대체로 고르게 유지됐지만, 일본의 북한과의 국교 단절(2006년), 한국의 개성공단 폐쇄(2016년 2월) 이후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2012~2015년 70%였던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2016~2021년 중 93%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영향으로 북한의 상품 가격은 치솟고 있다. 밀가루(122.9%), 설탕(232.2%) 등 수입 식료품은 중국으로부터 생필품 수입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보고서는 "올해 5월 코로나19 의사 환자의 급증으로 북한 내 이동 통제가 보다 강화되고 북·중 무역이 다시 중단되자 수입산 식료품의 추가 상승뿐만 아니라 북한산 쌀, 옥수수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며 "이로 인해 북한 내 식량 사정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 북한경제 체제의 특성으로 볼 때 북한의 향후 잠재성장률은 넉넉히 잡더라도 1~1.5%를 크게 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북한이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려면 충분한 자본축적이 가능하도록 외자도입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체제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저생산성의 덫을 벗어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 미·중 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북한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드라마틱한 경제 회생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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