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더 오른다”…중동 분쟁에 개미들 피난처 된 ‘안전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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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증시에 난데없는 국제 분쟁 악재가 번지면서, 달러·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피신시키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총 1100여 명이 사망한 가운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5% 이상 급등하고, 미 증시가 실시간 이슈에 따라 요동쳤다.
국내 증시도 중동 사태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전장 대비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오후 들어 중동 분쟁으로 인한 경계 매물이 출회하며 장중 하락 마감했다.
중동 분쟁 이슈에 따라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수요는 점차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지난 5일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1831.8달러 대비 32원 넘게 오른 1864.3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에도 금 선물 12월물은 1874.25까지 치솟으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달러 가치도 상승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대 위로 올라섰다. 달러인덱스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처형 위협이 불거진 지난 9일 장중 106.6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달러인덱스 지수는 100보다 높을 경우 달러의 가치가 높아졌음을 의미하며, 100보다 낮으면 달러의 가치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전쟁 발발로 인해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수요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자”···달러·금 ETF 사들이는 개미
전쟁 리스크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 역시 안전자산의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은 미국달러선물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를 8192만875원,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를 1769만2235원 순매수했다.
특히 달러에 투자하면서 미국 무위험 지표금리인 SOFR을 함께 수취할 수 있어 ‘달러 파킹통장’으로도 활용되는 ‘ACE 미국달러SOFR금리(합성)’(11억374만원), ‘ARIRANG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1412만4220원),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8억7752만원), ‘히어로즈 미국달러 SOFR금리액티브(합성)’(7484만1770원) 등 SOFR ETF에 대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아울러 금 상승 ETF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KS:225130)’(2억3290만), ‘KODEX 골드선물(H) (KS:132030)’(10억8859만) , ‘TIGER 골드선물(H)(KS:319640)’(1억8891만원)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삭 주저앉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증권가 “달러 상승 여력 있어…변수는 유가”
이같은 상황 속에서 증권가는 특히 ‘달러 투자’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당초 하반기 고점을 찍고 4반기에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달러가 전쟁 리스크로 인해 강세를 더 길게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일 신한투자증권 김찬희 연구원은 ‘원/달러, 길지 않을 오버슈팅’이리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는 4분기 중 고점 확인 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강달러를 이끈 것은 양호한 미국 경기다. 물가지표가 비교적 예상 범위 수준에 부합하게 발표된 반면, 경기지표는 서프라이즈를 반복하며 펀더멘탈 낙관과 맞물린 강달러를 뒷받침했다. 펀더멘탈의 근간이 되는 고용 및 소비가 둔화된다면 약달러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사태로 판도가 뒤집혔다. 그간 하마스를 강력하게 지지해온 이란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상승해 자칫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다시 심화시킬 수 있는데, 이는 결국 미국의 긴축 장기화 기조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될지 여부에 따라, 향후 달러 강세의 지속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가 글로벌 외환시장에 가장 큰 이슈인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추이도 주목해야 할 변수가 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여부가 유가 불안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크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이 이란 리스크로 확산될지가 가증 큰 변수”라고 짚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주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민감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중동 지역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물론 아직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실질적인 공급 감소로 연결되지 않은 만큼 실질적인 공급 차질은 부재하다. 그러나 관련 이슈가 추후 사우디 증산 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란이 관련 이슈에 대해 선을 긋고 있기는 하나 하마스의 배후로 이란이 언급되고 있어 이란과 미국간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약화되고 있다”며 “4일 OPEC+ 회의 이후 원유시장이 수요 전망 변화에 관심을 보일것으로 예상했으나,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에 따라 당분간 원유시장은 다시 공급 요인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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