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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인터뷰] 두 번째 암호화폐 책 펴낸 이건호 전(前) KB국민은행장 "카카오가 독점한 블록체인 시장, 감독 기능은 전무…싱글 플레이어의 힘 쏠림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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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인터뷰] 두 번째 암호화폐 책 펴낸 이건호 전(前) KB국민은행장[디센터 인터뷰] 두 번째 암호화폐 책 펴낸 이건호 전(前) KB국민은행장

/사진=김정우기자
‘테라-루나 쇼크’로 암호화폐 시장이 연일 뒤숭숭하다. 약세장에서 터진 테라USD(UST)와 루나의 가격 급락 사태는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들의 가격까지 끌어내리며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패닉셀(공포에 질려 보유 자산을 내던지는 행위)을 불러왔다. BTC는 최후의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3만 달러선이 깨졌고, 투자자들은 2018년 때의 급락장이 재연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테라-루나 쇼크’ 이후 국내 암호화폐 산업과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냉정을 찾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답이 보이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금융학자이자 전직 은행장 출신으로 이론과 현실 감각을 겸비한 이건호(사진) 금융혁신연구회 대표가 이야기하는 ‘탈중앙화와 크립토시스템’ 은 욕망과 탐욕으로 얼룩진 암호화폐 산업과 시장을 기본부터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거울이 되어 준다. 디센터는 ‘테라-루나 쇼크’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담=서민우 디센터 편집장 ingaghi@decenter.kr, 정리=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KB국민은행장 은퇴 후 암호화폐 연구 몰두…두 번째 책 집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 이건호 대표는 국내 금융산업 및 학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금융권 ‘씽크탱크’인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은행 컨설팅과 정부 금융정책자문에 참여했으며 은행팀장, 연구위원장 등을 지냈다.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에서 근무했다. 이후 조흥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시중은행 최연소 임원으로 리스크관리본부장 타이틀을 달았다. 국민은행에서는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에 이어 국민은행장까지 역임했다. 2014년 9월 국민은행장을 끝으로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그는 손에서 공부를 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해 연구했고, 초빙 교수로 있던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지난 3월 출간한 ‘탈중앙화와 크립토 시스템’은 강단에서 제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엮어서 낸 책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쓴 ‘비트코인의 방법’이 비트코인의 기술에 포커스를 맞춰 집필하다보니 주변에서 내용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대중들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다고 썼는데, 아직까진 어렵다는 반응이 많은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암호화폐 잠재력은 스마트컨트랙트에…'NFT 버블' 붕괴 땐 20% 이상 가격 폭락 우려돼”

/사진=김정우기자
전통 금융권 인사인 이 대표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관점은 확고하다. 암호화폐가 각국의 화폐 시스템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그의 저서인 ‘탈중앙화와 크립토 시스템’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는 전자적 거래가 이뤄지는 세상에선 의미 있는 수단이지만 기존 화폐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국가 시스템이 있는 한 각국의 화폐 체제는 그대로 갈 것이고 암호화폐가 그 체제 안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느냐가 이슈”라고 밝혔다. 크립토 시스템이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범주 안에서 전통 금융기관들과 충분히 협력할 수 있고 시너지도 낼 수 있지만 대체제는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콘트랙트의 잠재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단 틀을 만들어 놓고 사후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잡는 현재의 법률 시스템에 비해 스마트컨트랙트를 사용하면 그 비용 없이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마트콘트랙트를 실생활에 연결한 킬러 앱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건 스마트컨트랙트가 갖는 경제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진 스마트컨트랙트를 실생활과 연결한 킬러 앱이 나오지 않아 블록체인이라는 하부구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 어떤 경제적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김정우기자
스마트컨트랙트와 실생활의 접점이 만들어지고 있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플레이투언(P2E) 게임에 대해선 “가격 버블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NFT에는 엄청난 버블이 형성돼 있고 언젠간 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때 가격 하락은 10~20% 수준에 그치지 않고 거의 ‘쪽박’을 찰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NFT의 성패는 법률 시스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가 NFT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으면서 현재 국내에선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NFT는 기존 금융 시장과의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너무 커져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NFT가 조각투자 식의 증권형 토큰 형태인지 또는 등기부의 형태인지 등 NFT의 의미부터 정립이 돼야 한다"면서 "법률 시스템이 NFT를 어느 쪽으로 보고 어떻게 받쳐주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상태”라고 전망했다.

“국내 암호화폐 규제 사실상 없는 상태…'규제 없는 것이 오히려 엄청난 규제'로 작용” 명확한 규제가 없어 혼란을 겪고 있는 분야는 NFT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 산업 분야가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현실을 “규제가 없는 것이 오히려 엄청난 규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규제가 없는 상태이지만, 규제가 없는 것이 오히려 오히려 엄청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블록체인과 같은 신산업은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성장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웨이트 앤 시(wait-and-see)’ 접근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암호화폐 산업은 하루라도 빨리 틀을 만드는 게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STO 중심 정책 논의 우려돼…중앙 암호화폐 거래소 시스템 고려해야” 지난 10일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지난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개한 110대 국정과제에는 ‘디지털자산(암호화폐)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새 정부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국내 암호화폐공개(ICO) 여건 조성 ▲가상자산의 증권형·비증권형 구분 ▲소비자 보호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우선 이 대표는 암호화폐 정책 논의가 증권형토큰발행(STO)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STO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STO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며 “기존의 주식 발행 프로세스와 같은 성격으로 암호화폐를 보겠다는 것인데, 암호화폐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회사의 주식 또는 채권을 토큰화 할 수야 있겠지만 그게 암호화폐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며 “초기 스타트업 상대로 발행 시장을 관리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 평가에서 성공할 모델을 평가하기 굉장히 힘들다”고 덧붙였다. STO처럼 자금조달 위주의 정책보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펀딩한 자금을 약속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사진=김정우기자
새 정부가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거래소공개(IEO)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암호화폐 종목을 하나라도 더 상장하는 게 이득인 암호화폐 거래소에 암호화폐 발행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우리가 아는 거래소가 아니라 증권사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며 “암호화폐 거래소는 하나라도 더 상장시키고 거래 수수료를 버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외에는 상장되는 암호화폐 종목을 걸러낼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정부 차원의 중앙화한 거래소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소 급진적인 암호화페 거래소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고 자율 상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중앙화 된 거래소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암호화폐 시장 역시 주식 시장의 구조와 비슷하게 중앙 거래소를 두고 시중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마치 증권사처럼 관리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는 하지만 뉴욕 거래소 역시 뉴욕의 큰 딜러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장 하나를 만들어놓고 회원사를 늘려가면 들어오겠다는 증권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파이 규제 논의 시급 …'싱글 플레이어' 카카오 (KS:035720) 너무 커지는 건 곤란”

/사진=김정우기자
그는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국내 금융당국이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카카오가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와 크러스트 등을 통해 개발·운용하고 있는 클레이튼이 국내 디파이 점유율을 독점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디파이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래 사이드에만 관심이 있다"며 “특히 국내에선 카카오의 클레이튼이 디파이 생태계를 점령하고 있는 점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국내에선 기반 블록체인, 거래소, 디파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블록체인 관련 분야를 거의 잡고 있는 수준이 됐지만 감독 당국에서는 클레이튼의 기술력이 얼마나 되고 벨리데이터 네트워크가 얼마나 작동되는지 등 사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어떤 산업이든 싱글 플레이어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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