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터 스냅샷] 테라·루나 사태와 리더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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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진 디센터 기자 |
국내 1위 블록체인 벤처캐피탈(VC) 해시드를 이끄는 김서준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명 경제 유튜버를 저격하며 이같이 썼다. 이 유튜버는 당시 방송에서 테라와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취약성을 언급했는데, 김 대표는 "전반적으로 크립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며 작심한 듯 날선 비판을 가했다.
/출처=김서준 대표 페이스북 (NASDAQ:FB) 캡쳐 |
더욱 뼈아픈 것은 그의 지나친 자신감이 결과적으로 애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는 점이다. 테라-루나 사태로 수많은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극에 달해 있을 때 김 대표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그는 “테라의 유동성은 무너졌지만 가격 매커니즘 자체는 잘 보존됐다.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UST는 1달러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테라는 지금 그간 없었던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국내 최대 블록체인 VC를 이끌고 있는 업계 대표이자 오피니언 리더다. 그가 내뱉는 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해시드는 테라·루나를 비롯해 손대는 투자마다 '대박'을 터트리기로 유명했다. 해시드의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정도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등장한 김 대표의 트윗 한 줄은 누군가에겐 ‘구원의 등불’처럼 비춰졌을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겐 매도 결정을 뒤로 미루는 근거가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UST는 1달러 페깅에 끝내 실패했고, 루나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해 휴짓 조각이 됐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투자자들이 더욱 분개하는 것은 예측이 빗나간 이후 그가 보여준 ‘뻔뻔스러운’ 행동이다. 김 대표는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테라·루나가 전대미문의 사태였던 만큼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루나가 더 이상 회복이 힘들지경으로 치닫자 그는 자신이 썼던 게시글들을 슬며시 삭제했다. 현재 그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루나 관련 게시글들을 찾아볼 수 없다. 김 대표를 믿고 루나를 팔지 않았거나, 오히려 추가 매수한 투자자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김서준 대표 |
실수를 인정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때론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일 때 리더의 가치는 더욱 빛나는 법이다. 이미 인터넷엔 김 대표의 이름 석 자만 검색하면 그가 삭제했던 게시글의 원본 캡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모두가 알고 있는 허물을 감춘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업계 리더에 걸맞는 신중함과 책임 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때 얼어붙은 투자자들의 마음도 조금씩 녹아 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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