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Web3의 근본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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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또는 웹3.0)라는 용어가 부쩍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디파이, NFT, 크립토 게임이 2021년 크립토 시장의 큰 흐름을 형성하더니 이를 모두 포괄하는 듯한 웹3가 새로운 키워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웹3의 본질적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보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단순한 기술적 발전이나 개선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로 묘사하는 것으로서는 그 함의를 제대로 포착하기 힘들다. 웹3가 해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떤 대상을 단계로 나누어 파악하려는 이유는 새로운 단계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엇인가 본질적 특성이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웹1.0에서 웹 2.0으로의 진화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글이 비슷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에 상업화된 웹1.0은 개별 기업이나 개인들이 효율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주로 읽기 전용의 홈페이지를 제공하는 것이 전형적이었다. 각 사이트의 데이터는 서로 연결되지 않고 폐쇄적인 구조로 분리되어 있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반해 2000년대 본격화되기 시작한 웹2.0은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하고 사용자 간의 소셜 활동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개별 기업의 사이트보다는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소수의 집중화되고 독점화된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가 대세를 이루게 된다. 각자의 중앙화된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API를 통한 상호 연결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러한 진화의 배경에는 다이나믹한 웹 서비스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모바일 인터넷의 대중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제 웹3는 어떤 본 질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다양한 개념화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블록체인을 이러한 변화의 본질적 구성 요소로 파악하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두 가지 관점이 공존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입장은 대부분 개인형 맞춤형 서비스와 이를 위한 시맨틱 웹(semantic web)기술 을 강조한다.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각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최적화해서 제공하는 것이 웹3의 본질적인 성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피상적인 관점은 블록체인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특성을 개념화하려는 시도에 의해 대체되기 시작했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가진 이더리움이 론칭되면서 이 기능이 앞으로 인터넷 패러다임의 전환에 미칠 근본적인 특성을 표현하는 개념으로 웹3가 재정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웹3의 개념은 인터 넷 패러다임의 전환을 단순한 기술 발 전의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현재의 인터넷이 갈수록 더욱 중앙화되고 독점화되어가고 있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강조한다.
원래 인터넷은 분권화되고 분산된 병렬적 네트워크의 연결망으로서 등장했지만, 독점 자본주의에 의해 장악당한 인터넷은 갈수록 더 중앙화되고 독점화되어가는 극소수의 플랫폼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조차 이를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개인의 근본적 자유마저 침해당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감시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이러한 독점화된 인터넷 플랫폼이 어떤 사회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AI와 데이터 경제의 발전은 누가 이를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근본적인 권력관계의 재편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웹3는 탈중앙화된 인터넷 개념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복권하고 이를 통해 공정하고 분산된 새로운 디지털 경제 구조를 확립하려는 포괄적인 기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웹3 는 여기에 사용되는 어떤 특정한 기술 한두가지의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과 더불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활동내지 사회 운동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웹3는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헷갈리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프로그래밍할 때 자주 접하게 되는 web3.js 라이브러리는 간편한 코딩을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최근에는 web3.js 대신 ethers.js 모듈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웹3 개념 재정립을 시도했던 이더리 움 공동 설립자 개빈 우드가 독립해서 만든 재단 이름도 Web3인데, 이것 역시 웹3 개념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은 아니고, 웹3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조직 중의 하나일 뿐이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사용하는 새로운 인터넷 패러다임으로서의 웹3는 무엇보다 탈중앙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 지향점으로 삼는다. 독점화되고 중앙화된 인터넷 산업에 대항하고 이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탈중앙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효율성을 위해 탈중앙성을 훼손하는 것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소위 이더리움 대체 메인넷의 장래가 밝지 못한 이유는 이런 점 때문이다.
대용량 서버를 기반으로 한 소수의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사용해 블록체인의 처리 속도를 대폭 늘릴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다시 중앙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 인터넷이 주로 데이터의 전송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의 제공과 활용에 초점을 맞 추었다면, 웹3는 인터넷에 가치 레이어를 결합함으로써, 참여자들간의 수평적 가치 교환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것은 기존의 인터넷 독점기업이 참여자들의 컨텐츠와 데이터를 사용하면서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생산된 가치에 대해 독점적 소유를 하게 되는 구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공동의 네트워크에 같이 참여하면서 여기에서 생산되는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중앙화된 기관에 의한 통제 없이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개념은 기존 인터넷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가치체인을 만들어 내고 있고, 더 나아가 참여자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경제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디파이, NFT, 크립토 게임, 크립토 소셜 네트워크 등은 이러한 새로운 경제 구조를 이루는 여러가지 요소들이다. 웹3는 폐쇄적인 데이터 소유와 단절된 애플리케이션 대신, 레고 블록처럼 다양한 스마트 컨트랙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조합함으로써 매우 단기간에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완전히 오픈된 생태계를 지향한다. 오픈소스 운동을 한단계 질적으로 더 발전시킨 인프라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에 올려진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모드 참여자에 의해 공유되고 언제든지 자유롭고 공평하게 활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영역에서는 데이터 제공자 자신의 통제권을 강조한다. 누군가 제3자에게 자신의 프라이버시 데이터를 맡기고 이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직접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웹3는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법적 규제나 권위있는 중앙화된 주체가 자신들을 위해 이러한 변화를 선물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와 이를 지지하 고 유지시키는 커뮤니티가 변화의 주체 이고,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웹3가 중앙화되고 독점화된 현재의 인터넷을 재편하고자 하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이것이 쉽게 이루어지리라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기술적 경제적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웹3가 가진 부분적인 장점들을 흡수하기는 하겠지만, 이를 탈중앙화된 생태계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대신,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국가 기관 역시 한편으로는 공익을 위해 독점적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웹3를 부분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기존 기득권 중심의 사회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웹3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규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웹3를 지향하는 커뮤니티가 기존 사회 질서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형태로 유지되기도 힘들다. 대안적인 사회 시스템이 보편화되기까지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웹3의 본질적 특성도 보다 명확한 현실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본 기고는 1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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