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자율조직 DAO,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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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자율조직 ‘다오(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중앙 관리자 없이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집해 자본을 모금·운영하는 조직이다. 의사 결정·보상·배분 등 모든 활동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진행된다. 소수의 관리자가 아니라 모든 참여자에게 의사 결정권과 조직 통제력을 분산시킨다.
공동 이익을 추구하며 다수의 합의와 투표, 계약으로 움직이는 DAO는 암호화폐에 주로 이용되며 미국 헌법 초판본부터 골프장 인수, 기업운영, 국보 구매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된다. 웹3.0(Web3)와 함께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AO 생태계 분석 플랫폼 딥다오(DeepDAO)에 따르면, 2022년 2월 9일 기준 4227개의 DAO가 존재한다. 총 가치만 96억 달러(약 11조 4883억 원) 규모다. 그렇다면 현재 떠오르고 있는 DAO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을까?
△DeepDAO 홈페이지 갈무리
"기업 같은 DAO? 이젠 기업 그 자체"
업무상 체계가 확실한 회사도 DAO로 운영할 수 있다. 2021년 7월 5일 미국 와이오밍 주정부는 탈중앙화 자율조직 기업인 '더 아메리칸 크립토페드DAO'를 합법 법인으로 승인했다. 경영에 필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부서장과 부서도 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컨트랙트로 운영하는 기업을 국가에서 처음 인정한 것이다.
△'더 아메리칸 크립토페드 DAO' 홈페이지
'더 아메리칸 크립토페드 DAO'는 달러화 가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을 구축 중인 회사로, 최고경영자(CEO)나 관리자, 영업 활동을 지원하는 부서가 없는 기업이다. 와이오밍주는 해당 기업을 특정 형태의 유한책임회사로 인정하면서 영업 활동을 허가했다.
DAO 설립 취지에 동의하는 유저들이 주주의 개념으로 회사 운영에 참여한다. 유저들은 누구나 회사 경영 방식과 규정을 제안을 할 수 있다. 제안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투표를 거친다. 전체 사용자의 과반 찬성을 얻으면 회사 운영에 반영된다. 법적 기반 미비로 법적 지위를 얻지 못했던 DAO가 미국 주정부에서 공식 법인으로 인정받으며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원금 모금도 DAO에서"
죄수 석방을 목적으로 하는 DAO도 있다. 폭로 전문 비영리기관 위키리크스 창업자로 수감돼 있는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의 석방을 위한 어산지DAO(AssangeDAO)다. 어산지DAO는 약 38만 달러(약 4억 5467만 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ETH) 창시자도 2022년 2월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줄리안 어산지의 석방을 목적으로 조성된 ‘어산지DAO’에 10 ETH를 후원했다"고 말했다. 이는 약 2만 9522달러(약 3531만 원) 상당이다. 어산지DAO의 모금액은 위키리크스 창업의 법률 비용 후원과 해당 사안을 대중에 홍보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헌법 초판본 구매를 위한 DAO
2021년 11월 미국에서는 헌법 초판본이 경매 매물로 나왔다. 이를 공동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헌법DAO(Constitution DAO)가 결성돼 주목을 받았다. 헌법DAO는 미국 헌법 초판본 인수를 위해 구성돼 4000만 달러(478억 2000만 원) 이상의 이더리움(ETH)을 모금했다. 투자자들은 "개인 수집가의 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헌법을 구출하자"며 모금을 진행했다. 이들은 헌법 초판본을 인수해 공적인 장소에서 전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헤지펀드 '시타텔'의 설립자 켄 그리핀(Ken Griffin)이 더 큰 금액을 내며 헌법 초판본은 그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 그럼에도 단시간 안에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개인들이 결집해 실제 자금을 모아 경매 참여까지 이끌어내면서 DAO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다. 헌법DAO는 경매가 끝난 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소더비 경매에 참여한 최초의 DAO"라며 "그러나 마지막 DAO는 아닐 것"이라고 DAO의 활성화를 전망했다.
점차 넓어지는 DAO…국보 DAO 결성도
2022년 1월, 국내 최초의 '국보DAO'가 결성됐다. 국보DAO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시민이 주체가 돼 보호하고, 문화재의 의미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국보DAO는 간송미술관이 케이옥션에 내놓은 2점의 국보를 낙찰받고 NFT를 발행해 전 국민적 문화재 보호에 대한 관심을 획기적으로 증진하고자 경매에 참여했다.
△왼쪽부터 국보 제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 / 케이옥션
경매에서 국보를 낙찰받기 위한 기금을 모집하기 위해 클레이튼 블록체인에서 모금 컨트랙트를 오픈했다. 국보DAO는 국보 구매를 위해 24억 9000만 원까지 모금을 했지만, 최소 목표 금액이었던 50억 원을 달성하지 못해 환불 절차에 들어섰다. 앞서 정우현 아톰랩스 대표는 “국보 경매에 유찰되더라도, 국보DAO는 시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며 “국보DAO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국내에서도 좋은 DAO 프로젝트들이 나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AO의 인기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DAO 중 일부가 중앙 집중식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DAO의 대부분은 분산된 척하지만 고도로 중앙 집중화돼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DAO는 초기 단계이며 현재는 체계성을 논하기보다 신생기업과 분산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 기업 헥슬란트 관계자는 "'DAO'는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인적 활동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새로운 조직 형태"라며 "DAO가 만들어나갈 미래조직은 예측 가능성과 지속가능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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