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거래소, 거래량 90% 차지..."규제·보안 갖춰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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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규제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규제 이행에 성공한 상위권 거래소와 규제 이행에 실패한 하위권 거래소의 시장 점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영국 암호화폐 시장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는 전 세계 150개 암호화폐 현물 거래소를 분석한 ‘4월 거래소 벤치마크 보고서’를 내놓았다.
13일 크립토컴페어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상위 거래소 78곳이 전체 거래량의 91%를 점했다.
보고서는 ▲법률·규정 ▲데이터 공급 ▲보안 ▲팀·거래소 ▲시장 품질 ▲신원인증(KYC)·거래 리스크 ▲자산 품질·다양성 등의 범주에서 80개의 질적, 정량적 지표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평가하고, AA, A, BB, B, C, D, E, F으로 등급을 나눈다.
사진 = 거래소 평가 범주 / CryptoCompare Exchange Benchmark Report April 2022
찰스 헤이터 크립토컴페어 CEO는 "거래소 벤치마크 보고서는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자 하는 펀드, 서비스 공급자, 규제 기관 및 투자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라며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숙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가 위험성이 낮은 거래소를 안정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데이빗 모레노 다로카스 크립토컴페어 연구 애널리스트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거래소 벤치마크 보고서의 목적은 중앙화 거래소 산업의 리스크를 평가하고, 시장 참여자에게 리스크 평가 기준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면서 "보고서를 통해 거래소 산업이 보안, KYC, 법률·규제 등 모든 수준을 개선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규제 강화에 평가 기준도 엄격해져
AA등급 거래소는 코인베이스, 제미니, 빗스탬프, 바이낸스 4곳이다. 전체 거래량의 36.3%를 담당했다. A등급을 받은 거래소는 빗썸코리아, 크라켄, FTX, 잇비트, 이토로엑스, 오케이코인, 비트파이넥스 등 11곳이다. AA등급과 A등급을 받은 거래소는 지난해 8월 9곳에서 올해 2월 15곳으로 늘었다. 이밖에 27개 거래소는 BB등급을, 36개 거래소는 B등급을 받았다.
크립토컴페어는 B등급 이상을 받은 거래소는 위험도가 낮은 ‘상위(Top-Tier)’ 거래소로, C에서 F등급까지는 ‘하위(Lower-Tier)’ 거래소로 분류했다. 지난해 8월 87곳에서 현재는 78곳이 상위 거래소로 분류됐다. 하위 거래소로 분류된 곳은 80곳이다.
사진 = 거래소 평가 목록 / CryptoCompare Exchange Benchmark Report April 2022
높아진 규제 수준 만큼 규제와 보안 범주에 대한 가중치를 늘리면서 상위 거래소 수가 줄었다.
데이빗 모레노는 "해당 보고서를 일 년에 두 번 발간되는데, 매번 평가의 엄격성을 높이기 위해 방법론을 업데이트하고 있다"면서 "금융 규제 당국이 업계에 대한 정밀 조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가 최신 동향에 맞게 평가 방법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상위 거래소, 시장 점유율 증가
시장 규모와 이용자 기반이 커지면서 해킹, 자금세탁 등 시장 리스크가 높아지자 규제 당국은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 이행 거래소 업계에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할 수 있었던 상위권 거래소는 더 많은 거래량 비중을 가져온 반면, 하위권 거래소는 통폐합되면서 시장 입지를 잃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위 거래소 78곳은 거래량 비중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거래량의 91%를 처리했다. 상위 거래소의 거래량 점유율은 지난해 8월 89%, 올해 2월 96%를 기록했다. 2월 한달 간 상위 거래소가 처리한 거래량은 1조5000억 달러, 하위 거래소가 처리한 거래량은 620억 달러로 나타났다.
사진 = 거래소 등급별 거래량 비중 / CryptoCompare Exchange Benchmark Report April 2022
크립토컴페어 측은 개인 및 전문 기관이 모두 거래소 이용 리스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거래량이 상위 거래소에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위 거래소의 견인력은 커지고 소규모 업체들은 뒤처지는 추세가 계속돼 결국 시장 과점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데이빗 모레노는 "상위 거래소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당연히 위험성이 가장 낮은 거래소로 몰리고 있고, 이같은 움직임이 이번 평가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률·규제 이행 개선
규제 당국은 지난 6개월 동안 산업의 빠른 성장에 주목하면서 규제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보안과 규제 이행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재 채용 면에서 거래소의 규제 강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규제 당국에서 압박을 받았던 바이낸스는 국세청 범죄수사 출신의 규제 전문가, 두바이금융서비스당국 관계자 등을 영입했다.
먼저 당국에 정식 송금업체(MSB)로 등록했거나 거래소 자격을 취득한 거래소 42%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36%에서 6%가량 증가했다.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식 암호화폐 보험을 제공하는 거래소는 11%, 보안 침입 발생 시 이용자에 보상하는 방안을 제공하는 거래소는 7%다. 관련 법인을 공개하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3%미만이다. 지난해 2월 7%에서 8월 5%로 줄었다.
KYC와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도 개선 작업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의 60%는 엄격한 KYC 절차를 도입한 상태다. 외부 온체인 트랜잭션 모니터링 업체를 이용하는 거래소는 27%다. 외부 거래 모니터링 업체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곳은 7%다. 다만, KYC 절차가 부실하거나 불충분한 거래소가 35%, 위험 대상자에 거래량의 4% 이상을 보낸 거래소가 27%로 추가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 보안 수준 강화
거래소는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 키, 이용자 데이터 등을 대량 처리하기 때문에 쉽사리 해킹 표적이 된다. 이같은 취약성은 규제 강화의 빌미가 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암호화폐 거래소의 4%가 해킹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8월 2%에서 다소 증가했다.
거래소는 보안 수준을 강화하며 자체적인 안전성을 마련하고 있다. 거래소의 15%는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ISO 27001)과 그에 준하는 보안 관리 인증 자격을 취득했다. 거래소 24%는 이용자 자산을 외부 수탁업체에서 맡겨 관리하고 있고 거래소 29%는 자산 95%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한다. 2단계 인증 절차를 도입한 거래소는 99%이다.
◇ 산업 통폐합 현상
지난 6개월 동안 거래소 시장이 보인 주요 현상 중 하나는 통합과 확장이다. 시장 거래량 대부분을 점한 상위 거래소는 인수와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을 통합·확장하는 한편, 경쟁력을 잃은 하위 거래소는 폐쇄 수순을 밟았다. 2019년 6월 이후 거래소 54곳이 문을 닫았다.
상위 거래소들은 지난해 8월부터 대형 인수를 진행해 사업과 시장을 확장했다. FTX US는 레저엑스를 인수해 미국 암호화폐 파생상품 사업을 본격화했고 크라켄은 스테이킹 업체를 매입해 디파이 사업을 시작했다. 바이낸스는 대체불가토큰(NFT)와 게임파이 업체를 인수했고 제미니는 거래 기술 전문업체를 매입해 기관급 사업을 시작했다.
상위 거래소들은 지난 6개월 동안 해외 시장 입지도 확대했다. FTX US는 현지 허가를 받은 소형 거래소 ‘리퀴드그룹’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크립토닷컴은 37개 서비스 지원 국가를 추가했고 비트멕스는 스위스, 제미니는 남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비트스탬프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지사를 설치하며 유럽 시장 진입에 나섰다.
규제 이행에 실패하거나 정치적 압박 때문에 문을 닫은 거래소들도 있다. 가장 많은 거래소가 폐업한 곳은 암호화폐 근절에 나선 중국으로 총 6곳이 사업을 중단했다. 폐업 거래소들은 B등급이었던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하위 거래소에 해당했다. C등급 10곳, D등급 39곳, E등급 4곳이다.
사진 = 국가별·등급별 폐업 거래소 수 / CryptoCompare Exchange Benchmark Report April 2022
◇ 거래소 산업, 정치적 요소·탈중앙화 고려해야
정치적 요소는 거래소 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고려해야 할 핵심 위험 요소다. 정치적 상황은 거래소 산업에 역풍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앞으로 거래소가 부딪힐 수 있는 정치적 압력을 보여줬다. 미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러시아 이용자 전면 차단을 요구했다.
이에 암호화폐 산업의 핵심인 대형 거래소와 관계자들은 정부가 산업 지원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도록 활발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크립토헤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코인베이스는 로빈후드와 리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암호화폐 로비 비용을 지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명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로비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가 암호화폐를 직접 보관해야 한다는 업계 내 움직임도 거래소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
크립토컴페어 측은 실제로 거래소에 맡겼던 자금을 인출하는 상당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보관하지 않으면 자기 자산이 아니다(not your keys, not your coins)’라는 업계 표어가 힘을 얻고 거래소의 KYC 요구 등을 꺼리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거래소의 비즈니스 모델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업계에 탈중앙화 회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크립토컴페어는 탈중앙화거래소(DEX)에 대한 평가도 준비 중이다.
데이빗 연구원은 "KYC나 자금세탁방지 요건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DEX 시장은 규제 강화 상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DEX 업계가 규제 요건을 준수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갈리고 있는데, 많은 암호화폐 네이티브 거래자들이 익명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규제 미이행 거래소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거라고 본다"라며 "DEX 시장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올해 2분기 DEX 벤치마크도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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