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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시장 韓, 가상자산 스타트업에도 증권사 수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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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시장 韓, 가상자산 스타트업에도 증권사 수준 제재세계 3위 시장 韓, 가상자산 스타트업에도 증권사 수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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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편집자 주-정치인들의 모든 공약이 실현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인의 덕목이기도 합니다. 가상자산 시대의 초입, 국내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관련 공약이 쏟아지지만 선거철에 잠시 이슈가 될뿐, 정작 실제 정책으로 발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를 절실히 기다리는 업계에서 ‘공수표 아니냐’는 반응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어떤 공약이 제시됐는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은 아닌지, 공약이 현실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시리즈로 짚어봅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한 탓에 오랫동안 ‘무법지대’로 방치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규제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각국 의회가 규제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가상자산 법안을 만든 덕에 가상자산사업자 입장에선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도 크게 덜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법안은 여전히 투자자 보호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세계 3위 규모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가상자산 관련 용어를 표준화하기 위한 가상자산 분류법안을 미 의회에 발의했다. 가상자산 법률에서 보다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생태계 참여자의 규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7월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기업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않는 경우 라이선스 취득을 면제받도록 규정했다. 또한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 △제한된 디지털 자산 △결제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해 각 자산 규제를 담당할 기관을 명시했다.

지난해 7월 26일 미 의회를 통과한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 / 자료=미 의회 홈페이지
미국도 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 2022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을 계기로 가상자산 기업 단속이 강화되기도 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예치(스테이킹) 서비스 제공을 투자계약으로 간주,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를 미등록 가상자산 스테이킹 서비스 제공 혐의로 기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CFTC도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업체들을 가상자산 상품 거래를 불법 제공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정의와 감독권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라는 미국 가상자산 기업들의 요구는 점차 반영되고 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은 블록체인 부문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와 불확실성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에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최근 명확한 규제를 확립하며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 유리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선 지난 2021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웹3 정책실울 신설했다. 일본 금융청(FSA) 주도의 사업자 규제에서 웹3 산업 진흥으로 가상자산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집권당인 자민당은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을 비롯해 대체불가토큰(NFT),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자율조직(DAO·다오) 등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분야를 정리하고 정책을 제언하는 웹3 백서를 발간했다.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규정해 일본 최대 민간은행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직접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스테이블코인 연구 구조도/ 자료=미쓰비시UFJ신탁은행
반면 국내 가상자산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는 7월 가상자산 관련 첫 단독 법안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긴 하지만 지나치게 투자자 보호 중심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가장 큰 문제는 법안에서 가상자산의 정의와 가상자산사업자 범위를 정하는 대신 지난 2021년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시행됐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는 점이다. 명확한 가상자산의 정의와 규제 범위 정립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과 일본 등의 방향과 상반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가상자산 외에도 NFT 등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상품이 다양하다”며 “가상자산사업자 역시 3가지로만 분류돼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못하는 사업자가 많기 때문에 사업 구분을 7~8가지 정도로 세분화해 사업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공약들이 국내 가상자산 제도에서 미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법인 등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을 허용하겠다는 민주당 공약은 업계에서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성화 된 해외와 달리 지금까지 국내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다. 이와 대한 법적 근거나 규제당국의 공식 입장도 없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다. 민주당 공약이 실현된다면 이용자보호법에 이어 실질적인 업권법이 될 2단계 법안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2단계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인 데다가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 등 가상자산 업계에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5월 총선 이후 국회의 정책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내 가상자산 제도 정비가 정체된 사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도 보다 명확한 규제를 갖춘 해외로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수용 웹3.0 포럼 운영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작은 스타트업들이 증권사 수준의 규제를 받는 수준이라 부담이 크다”고 꼬집었다. 황 교수도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법인 투자를 제외하고도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 규모를 달성할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으로 ‘크립토 스프링’이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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