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시장 규제에 불확실성 존재…민·관 대화 통해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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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XRP는 2021년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은 암호화폐 중 하나다. 리플랩스는 2020년 12월 2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이래 1년 넘게 XRP의 증권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이들의 재판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리플랩스는 SEC와의 소송 배경에 불확실성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암호화폐라는 자산에 대한 규제 명확성이 없고, SEC가 암호화폐 산업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기존 증권 시장 상품 규제를 암호화폐 산업에 똑같이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리플랩스가 최근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정책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내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이를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에서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에 상당한 지장을 겪고 있는 업체가 바다 건너 한국 시장에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호소한 셈이다.
리플랩스가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해외 업체가 평가한 한국 시장과 규제 당국의 모습은 어떨까? 이와 관련해 토큰포스트는 리플랩스 아태 지역 정책 담당자인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플랩스 본사에서 한국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발간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리플랩스 아태 지역 정책 담당자인 라훌 아드바니라고 합니다. 현재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시장은 유래 없는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 산업의 주류화 역시 가속화 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자사는 현재 전 세계 규제 당국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 자산 산업에 명확한 규제를 도입하고, 규제 준수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 역시 마찬가지여서, 자사는 블록체인 기반 인수합병(M&A) 플랫폼 개발사 지비시코리아(GBC Korea)와 영국 투자자문사 옥스포드 메트리카(Oxford Metrica)와 협력해 ‘대한민국 블록체인 기술 및 디지털 자산을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 보고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본 보고서의 목적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 제공해 주는 이점을 널리 알리고 이에 상응하는 정책을 규제 당국에게 권고하는 것입니다. 자사는 규제 당국 및 정책 입안자들에게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 제공하는 이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플랩스가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솔루션 출시 단계까지 이른 기업은 없는 상황입니다. 리플랩스는 이를 규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봤는데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그동안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이나 디지털 자산 같은 혁신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도입해 왔고요. 최근 금융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디지털 자산 시장 규모가 459억 달러(약 56조 원)까지 성장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 논의가 대두됨에 따라, 한국 정부 역시 소비자 디지털 자산 산업에 보호 정책이나 자금세탁방지 관련 규정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허가제 역시 도입됐습니다.
저희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좋은 의도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도 동의를 하고요. 문제는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허가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원화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거래소는 4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60곳 정도는 인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운영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 역시 까다로운 규제 요건으로 인해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산업 역시 전반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자사가 진행한 설문조사는 익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정확히 어떤 내용을 언급했는지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설문조사에 응답한 금융 업체들은 명확한 규제가 부재한 현 상황이 디지털 자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술에 투자를 투자를 했을 때 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이나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관련 리스크가 명확해지지 않는 이상 완전한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리플랩스 본사도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정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규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규제 개선이 어렵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좋은 지적입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규제 당국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정책을 변경하는데 오래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분명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분야입니다.
자사는 변화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 당국과 충분히 대화를 하고, 맞춤형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보고서 발간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플랩스는 디지털 자산 혁신 샌드박스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는데,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까지 규제 샌드박스 시행 범위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규제 샌드박스는 공식적인 정부의 프로그램으로서, 기업들이 신규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정부의 감독 아래 통제된 환경에서 시험해 볼 수 있는 정책 프로그램입니다. 지금 전 세계의 여러 정부들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샌드박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는 통제된 환경에서 상품 테스트를 통해 존재하는 리스크를 파악하고, 상용화 단계로 넘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위한 샌드박스 환경을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 관련 산업에 ▲개발 및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개발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일관되고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샌드박스가 분명히 필요합니다. 최소한, 국경 간 지불이나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는 빠르게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제언 내용을 정부 측에 어떻게 전달할 계획이신가요? 암호화폐 규제 수립을 위해 정부 측과 진행하고 있는 논의가 있나요?
보고서는 이미 2022년 1월에 한국의 규제 당국이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전달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반응이 굉장히 긍정적이었습니다. 4월에는 서울에서 지비시코리아와 옥스포드 메트리카와 함께 관련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행사를 통해 규제 당국에 자사의 입장과 제안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토큰포스트 독자와 암호화폐 업계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적극적이지만 신중한 접근을 해왔습니다. 저희도 이런 조치를 지지하며, 그동안 한국 정부가 취해온 노력에 대해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저희는 한국 정부가 디지털 자산 관련 투기에 대해 특히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하루빨리 혁신을 도모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리플랩스는 디지털 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규제 기관과 협업하는 데 있어 개척자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이점에 대해 규제 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 리플랩스도 최대한 많은 지원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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