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생태계 육성 방안 포럼] 김동환 변호사 "ICO 법적 근거 없어…암호화폐 자금모집 기준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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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거래 상대방이 없는 ‘유동성 공급 풀(Pool)’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탈중앙화금융(Defi)이 활성화되며 토큰의 유통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또 NFT라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메타버스나 NFT 생태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토큰이 활성화 되면서 다시 한 번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조달 시장이 움직이는 추세다. 이에 정부가 암호화폐를 목적과 용도에 따라 분류하고 자금모집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22년 2월 16일 전국은행연합회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대선 금융과제 : 크립토 생태계 육성 전략 제6회 여성경제신문 금융포럼에서 김동환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는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vs 스캠 방지’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ICO 금지, 법적 근거 없어…국내기업 해외로 샌다
암호화폐공개(ICO)는 토큰이나 암호화폐(가상자산)를 이용한 자금조달행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토큰의 발행, 판매 과정을 말한다. 일반 기업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IPO)를 하듯이, 암호화폐 스타트업은 코인을 공개해 투자금을 모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9월부터 사실상 ICO를 금지시켰다.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위험 증가, 투기수요 증가로 시장과열과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당 부분에는 정부가 법적 근거없이 ICO를 금지시켜 신기술을 활성화 시킬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게 됐다는 지적이 따른다. 2022년 현재 거의 모든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싱가포르 등 해외 현지법인 또는 재단을 설립해 토큰을 발행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프로젝트라 해도 어쩔 수 없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때문에 국내 코인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이나 경제 활성화, 고용창출 등 관련 경제적 효과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분석이다. 2019년 1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ICO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우회해 ICO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투자위험을 경고했다.
정부는 ICO와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 진흥은 꾸준히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암호화폐와 분리해 사업을 설계하거나 수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김 변호사는 이같은 국내 상황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만 연구하는 팀들은 국내법인을 설립해 정부과제를 수행하면서 해외법인을 통해 토큰 관련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해 대기업에게 판매하는 일종의 ‘기술 하청업체’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에는 토큰을 특정 당사자가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발행 후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 등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발행자의 명확한 판매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구매자와의 판매계약이 존재하는 경우, 계약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계약 조건 ▲판매형태 ▲광고 행위 등을 근거로 구매자를 보호하고 판매자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토큰 발행 이후 시장에 바로 유통하는 경우 토큰 발행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ICO, 불분명한 현재 법으로 스캠 방지 못해"
우리나라 정부는 암호화폐의 발행·판매한 사업자에게 유사수신행위, 방문판매법위반, 사기 등으로 형사처벌을 해왔다. 그러나 이는 ICO를 금지하지 않아도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범위가 존재하며,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의 특성과도 무관하게 위법행위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해 처벌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ICO를 법으로 금지시키지 않는 이상 스캠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이 이미 확인된 것”이라며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로 사기 목적의 암호화폐 시장에 접근한 자들이 국내에서 이익을 취하고, 토큰을 이용한 사업을 영위하려는 자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로 나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모든 자료들을 영문으로 작성해 국내 소비자에게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토큰의 유통 형태가 진화하면서 스캠을 처벌할 가능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고, 국내기업들은 불분명한 규제로 인해 메타버스와 NFT 시장의 활성화에 앞장서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트윈에서 소비자의 주된 가치수단은 암호화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암호화폐를 분리한 메타버스나 NFT는 그 확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목적과 용도에 따라 암호화폐를 분류하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모집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확장될 시장 속에서 소비자와 기업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암호화 자산 규제안(MiCA)이나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유틸리티 토큰에 대한 발행·판매를 허용하면서 ▲발행인의 자격요건 ▲신의성실 의무 ▲백서 등의 공시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이로써 발행인과 거래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발행인에 대한 내부자거래, 불공정거래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암호화폐는 기술의 한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정 기술을 이용한 자금조달을 일체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증권에 해당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해 자본시장법에 포섭해야 하며, 이 외의 암호화폐는 요건이나 의무들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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