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에서 읽은 결제 트렌드…대기업 지고 암호화폐 뜰까?
페이지 정보
본문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마스터카드와 비자 지분 일부를 처분하고 브라질 최대 핀테크 은행 ‘누뱅크(Nubank)’의 주식을 매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워런 버릿이 신용 부문에서 핀테크 시장으로 투자 방향을 틀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비트코인 회의주의자인 워런 버핏이 암호화폐에 대한 간접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CNBC, 코인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자료를 인용해 2021년 4분기 버크셔 해서웨이가 결제 대기업인 비자 주식 18억 달러, 마스터카드 주식 13억 달러를 매각하고, 누뱅크의 보통주를 10억 달러 상당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워런 버핏의 누뱅크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
누뱅크는 2013년 5월 브라질에서 시작된 인터넷 은행이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계좌를 개설하고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하고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 접근성이 낮은 남미 시장을 빠르게 확보했다. 2021년 6월 기준 이용자 수가 4000만 명을 넘었다. 누뱅크는 2020년 9월 유명 거래 플랫폼인 이지앤베스트(Easynvest)을 인수해 2021년 6월부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제공하는 비트코인 친화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버크셔가 처음 누뱅크에 투자한 건 2021년 6월이다. 5억 달러 상당을 사들였고, 2021년 12월 누뱅크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될 때 2억 5000만 달러에 3000만 주를 추가 매입하며 기업에 대한 큰 신뢰를 보냈다. 누뱅크는 당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26억 달러의 상당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기업가치를 415억 달러까지 평가받았다. 버크셔뿐 아니라 글로벌 벤처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 타이거글로벌, 일본의 소프트뱅크, 중국 텐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누뱅크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핀테크 같은 인기 분야에 아주 조심스럽게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말할 것도 없었다. 2021년 비트코인은 탈중앙 금융 솔루션이자 새로운 가치 저장 방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지만 "비트코인의 ‘해악(害惡)’은 쥐약 수준"이라는 것이 버핏의 평가였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전통 은행에 대한 접근 장벽은 더욱 높아졌고, 핀테크는 60대 이상의 고령층까지 디지털 금융에 적응시키면서 실현가능하고 더 나은 옵션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버크셔의 누뱅크 투자는 워런 버핏이 핀테크 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누그러뜨리고 투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록체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는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누뱅크 외에도 암호화폐에 직간접적으로 투자 노출된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워런 버핏은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핀테크의 기본 기조를 인정함과 동시에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암호화폐 월렛 서비스 머큐리오(Mercuryo)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그렉 와이즈먼(Greg Waisman)은 "누뱅크 투자는 워런 버핏이 과거의 비판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핀테크와 암호화폐 세계를 지원한 사례로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즈먼 COO는 "(버핏은) 이제 암호화폐 생태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면서 “간접적인 투자 노출일지라도 긍정적인 인식을 높여 더 많은 투자자를 공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의미한 투자 상품된 암호화폐
업계는 암호화폐는 대형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큼 유의미한 투자 옵션으로 자리를 잡았고 보고 있다. 버크셔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뉴욕멜론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에밀리 포트니(Emily Portney)는 “비트코인 투자상품이 주류화됐다"면서 "암호화폐는 투자 은행에 유의미한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멜론은행은 자산관리고객을 위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보관, 이전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10월 미국 5위 은행 US뱅코프는 기관 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고, 뱅크오브아메리크도 기관 관심 증가를 이유로 암호화폐 연구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 데이터에 따르면 암호화폐 투자 상품의 수는 35개에서 80개로 거의 두 배 증가했고, 상품 총 가치는 1년새 240억 달러에서 630억 달러로 급증했다. 레아 워드(Leah Wald) 발키리인베스트먼트 CEO는 "암호화폐 투자상품에 대한 자본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극심한 가격 조정에도 거래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많은 기관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테슬라·우버 설득한 트렌디한 결제 옵션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생태계의 핵심 결제 수단인 암호화폐는 일반 결제 부문에서도 채택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NASDAQ:TSLA) 최고경영자(CEO)는 2월 19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 산타모니카에 생긴 테슬라 전용 충전소에는 할리우드 지역을 겨냥한 미래지향적 식당, 자동차 전용 식당 등이 들어설 계획"이라면서 "도지(DOGE) 결제도 지원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기업 대차대조표에 포함하고 있으며 온라인 스토어의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의 일부 제품에 대한 도지코인 결제도 지원 중이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Uber)도 거래 비용, 환경 문제 등 일부 문제만 해결되면 암호화폐 결제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11일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우버 CEO는 블룸버그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암호화폐 결제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들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항상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결제 대기업들도 암호화폐의 부상에 손놓고 있는 건 아니다. 비자, 페이팔, 마스터카드 등도 암호화폐를 적극 수용하며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규제와 기업 이익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 대형 기관인 만큼 유연성과 자유도 측면에서 아무래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 2월 19일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페이팔 및 산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벤모는 3월 21일부터 200달러 미만의 암호화폐 거래에 금액별 정액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1만 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NFT 거래도 제한할 예정이다.
폭발적 성장 잠재력…남미 시장
빠르게 성장하는 남미 시장 역시 누뱅크 투자에 대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특히나 핀테크와 암호화폐 중심의 금융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및 결제에 대한 수용도 또한 상당히 높다. 2021년 말 남미 전자상거래 대기업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는 비트코인 780만 달러 상당을 매입하고 디지털 월렛을 활용한 암호화폐 투자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남미 시장을 주요 투자처로 눈여겨 본 건 버크셔뿐만이 아니다. 남미 개인자본투자협회(LAVC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현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유치한 벤처 캐피탈 투자는 6억 5300만 달러 규모로, 전년(6800만 달러)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2021년 12월 일본 최대 IT 기업이자 세계적인 투자사 소프트뱅크의 50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대 중남미 펀드의 10%가 암호화폐 부문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울로 파소니(Paulo Passoni) 소프트뱅크 중남미 펀드 총괄은 "남미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는 암호화폐 분야"라면서 “암호화폐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밖에 멕시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소(Bitso), 메르카도 비트코인(Mercado Bitcoin), 자산 운용사 해시덱스 등에도 투자했다.
암호화폐 전문 리서치 업체 아케인리서치(Arcane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남미는 거래, 결제 뿐 아니라 암호화폐 채굴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아케인리서치는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 국가에서 암호화폐 채택이 증가하며,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점유율도 증가할 것"이라며 "규제 명확성이 보장되는 엘살바도르 등 라틴 아메리카 지역을 선택하는 채굴자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