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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이 마약입니까" 호황기에 사업 접는 토종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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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비트코인이 7000만 원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무책임한 규제에 한때 미래 유니콘으로 각광받던 기업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가상자산 거래소만 살아남아 산업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해선 생태계 육성에 초점을 맞춘 규제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동안 업라이즈 퇴사자 수는 31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 수의 약 28% 규모가 회사를 떠난 셈이다.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는 “최근 헤이비트 사업을 종료하면서 관련 인력을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헤이비트는 고객이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를 로봇 어드바이저 기반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서비스다. 헤이비트 운영사 업라이즈는 잠재성을 인정받아 KB인베스트먼트, 해시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460억 원 이상으로 전해진다. 2022년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에서 최우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업라이즈는 지난해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던 하루 인베스트, 델리오 등이 잇따라 출금을 중단하며 난관에 부딪혔다. 업라이즈는 해당 사태와 무관하다고 거듭 호소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금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결과 올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에는 “가상자산사업자는 회사의 가상자산과 이용자 가상자산을 분리해 보관해야 하며, 이용자로부터 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해석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내에서 가상자산 예치 사업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업라이즈가 핵심 수익모델이었던 헤이비트를 접게 된 배경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금지하면 사용자들이 외국 업체나 불법 업체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치 서비스를 아예 금지하기 보다는 규제의 틀 안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휘청이는 건 예치 사업자뿐만이 아니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준비하는 다양한 가상자산 기업들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VASP 라이선스를 쉽게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FIU는 VASP 관련 법이 통과된 2021년 24개를 무더기로 신고수리한 이후 2022년에는 12개, 2023년에는 단 1개 기업에 라이선스를 내줬다. 스타트업으로선 무리한 금액을 투자하면서까지 VASP 취득에 힘썼던 기업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VASP를 획득해야 국내 영업이 가능하기에 그전까지 운영비를 대폭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아예 해외로 돌아선 기업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VASP를 준비했지만 많은 기업이 취득에 실패하는 상황이라 국내 영업을 포기하고 해외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까다로운 국내 규제를 맞추려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보다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이 고사하기 전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마약도 아니고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자연스러운 투자 욕구가 규제 내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다양한 업종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생태계의 고른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VASP 37개 중 27개, 약 72%가 가상자산 거래소다. 가상자산 산업에는 여러 업종이 존재하는데도 국내는 사실상 거래소 사업에만 쏠려 있는 형국이다. 가상자산 관련 인프라 기업의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산업을 양지화해서 규제 내에서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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