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세 번째 미뤄지나…산업 육성 동력조차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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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투자자 표심을 잡기 위해 내건 공약이 오히려 공약 이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공약이 대표적이다. 개인 투자자로부터 세금을 걷을 창구가 닫혀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정부도 굳이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할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국회가 선거 승리라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체계적으로 과세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해 산업이 바로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매번 선거용 공약으로 전락하는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꼽았다.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당정 간 합의가 이뤄지려면 정부 차원에서도 확실한 동력이 필요하다. 결국 세수 확보가 동력이라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기업이 만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대체로 개인”이라면서 “아무리 현 시점에서 법인들로부터 세금을 걷어도 개인으로부터 세금을 걷지 못하면 정부가 산업을 육성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개인에 대한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부터 이뤄질 방침이었지만 두 차례 미뤄졌다. 국회는 지난 2021년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자산 과세를 언급했으나 결국 국회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이듬해에도 국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2025년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미뤘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 소득에서 25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20%를 소득세로 부과해야 하지만, 선거철을 맞은 정치권은 또다시 과세 유예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동안 유예하는 공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2030세대를 노린 공약 같다”면서 “표심을 잡을 수는 있어도 업계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장기 청사진 없는 공약이 판을 치면서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친화 공약을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기본적인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이 대표적이다. 국내 상장사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상장사인데도 VASP 취득 요건이 까다로워 포기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VASP로 등록한 기업은 단 한 곳뿐이다. VASP를 관할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2021년 9월부터 신고제가 시행된 이래로 2022년 상반기까지 기존 영업자 신고 수리가 마무리됐다”며 “이후 2023년의 1건은 신규 진입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트코인(BTC)이 연초 대비 약 170% 상승하며 전세계가 들썩이는 동안 국내 신규 VASP는 고작 한 곳에 그쳤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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