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험]‘워커홀릭’ 최창원의 SK그룹, 그룹 구조조정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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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박광춘 전문기자]
사진=SK
SK그룹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꾀한 가운데 그 선봉에 선 최창원 SK수펙스추구위원회(이하 수펙스) 의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룹 핵심 사업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가운데 최창원표 사업 구조조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17일 SK그룹의 전략글로벌위원회가 열렸다. 전략글로벌위원회는 SK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경영 현안을 공유하는 정례회의다. 이번 회의에는 SK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비롯 SK㈜, SK하이닉스 (KS:000660),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한 걸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를 두고 시장의 관심을 끈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평일에 열리던 회의가 주말로 변경된 점이다. 전략글로벌위원회는 월 1회 평일에 개최됐다. 주말에 임원 회의가 개최된 건 2000년 7월 주5일 근무제 도입 후 처음으로 전해진다. 표면상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하지만 그만큼 그룹 내 팽배해진 위기감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연스레 주말 회의로 일정을 변경한 인물에도 이목이 쏠린다.
24년 만에 주말 회의를 결정한 인물이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의장이다. 그는 지난해 말 SK수펙스의 의장에 선임됐다. 이미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그룹의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주도했다.
그런 그가 SK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며 SK그룹 내 주요 현안을 다루는 조직의 수장에 올랐다. SK그룹 내에서 입지가 더욱 단단해진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창원 의장이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그룹 2인자로 공표되었다”며 “기존 핵심 인력들이 나가며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최 의장은 미래 사업을 잘 주도해온 점이 인정받은 걸로 읽힌다”고 말했다.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사진=SK그룹
최창원 의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SK가스, SK케미칼, SK디엔디 등 미래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의 중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지분율 40.2%)이기도 하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최 의장은 매일 새벽 4시에 새벽 보고를 받고, 토요 사장단 회의도 격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사촌형인 최태원 그룹 회장과 달리, 술도 즐기지 않으며 하루종일 일만 생각하는 ‘워커홀릭’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최창원 의장이 수펙스 의장에 선임된 후, 자신의 산하인 SK디스커버리에 출근하지 않고 서린동으로 출근하면서 서린동 임직원들의 긴장도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앞서 7년 동안 수펙스를 이끈 조대식 전 의장은 그룹 관계사로 자리를 옮겨 자문역을 맡을 걸로 전해진다. 더불어 장동현 SK㈜ 전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전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전 부회장 등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옮겼다. 그룹을 재계 2위까지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들이 대거 교체됐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대해 그룹 계열사들의 역할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거라는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핵심 인물들 아래서의 계열사 역할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SK㈜ 주도 아래 이루어졌던 투자가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조 의장의 경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과 함께 투자를 꾀하는 활동을 활발히 했다”며 “당분간 외부 투자를 줄이는 한편 과거 투자 자산의 정리도 이루어질 걸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동남아시아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2018년 8월 SK South East Asia Investment Pte. Ltd(이하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이 법인은 그룹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SK E&S,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5개사가 2억달러씩 출자해 세워졌다. 모두 SK수펙스에 속한 계열사들이다. SK는 이 법인을 앞세워 2018년 베트남 식음료 기업인 마산그룹에 투자했고, 2019년에는 베트남 유통그룹 빈그룹에 투자했다.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고 나선 투자였다.
최창원 의장은 최근 올해 예산 집행과 관련해 모든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에게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 그룹 전반으로 인건비와 인센티브 체계 자체를 뜯어고치는 고강도 사업재편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 FI들과의 투자는 조대식 전 의장의 주도 아래 활발히 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최창원 의장은 비교적 보수적인 인물로 알려진 만큼 조 전 의장의 기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춘 전문기자 p2kc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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